선명히 목소리들이 들렸다. 마을의 가축들을 모두 내가 죽인 거라며 온갖 농기구를 들고 소리치던 인간들. 그리고 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던 어미의 목소리. 마지막으론... '미안하다. 어미에게 버림 받은 널 그때 구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랬으면 형제로 만날 일도 없었겠지.' 날 살린 걸 후회한다는 뜻. 그래, 결국 난 어디에도 쓸모가... 없구나. 어미의 ...
정말 우연한 발견이 아닐 수 없었다. 왕의 일곱번째 여식, 아음을 두고 그를 발견한 것은. 사내아이나 공주인 계집보다 더 빼어난 외모와 반쪽이라도 구미호라 그런 것인지 묘하게 색기가 스며있는 듯한 자태에 절로 시선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만 더 일찍 발견했다면 좋았을 것을. 그러지 못했던 것이 천추의 한이었거늘 이연의 미련스러움 덕택에 이리 다시금...
600년 전의 그날. 이연의 검에 베여 죽어가며 무수한 생각과 감정이 스쳤던 랑. 어렸던 랑은 성숙하지 못했기에 자기가 이렇게까지 죽을 정도로 잘못했다라는 걸 자각하지 못 해서 내가 그렇게까지 죽을 죄를 지었나? 어째서? 내게서 소중한 것들을 앗아간 건 인간들이 먼저라 생각하며 억울해하며 죽어가고 있었어. 이렇게 죽고 싶지 않은데란 생각이 반, 이연에게서 ...
그토록 고대하던 순간이었다. 되살아난 이무기에게 그리 끔찍히도 아끼는 여자를 잃은 네가 지을 표정이 그렇게도 궁금했었는데 어째서 나는 움직이고 말았을까. "쿨럭...!" 선홍빛의 피를 입 밖으로 울컥 토해내며 픽 웃어버리고야 말았다. 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는 듯 놀라서 굳어버린 네가 눈에 담겼다. 그래... 그렇겠지. 나도 그런데 너는 오죽할까. 그리 죽이...
1. 구렁이 새끼 가신이 이랑을 구해준 건 사실 우연이 아니라 일부러 그런 거라면?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가신 놈이 산에 불 지르게 인간들을 선동했다면? 그래서 둘 사이가 틀어지고 이랑에겐 목숨을 빚지게 만들었고. 이 모든 게 구렁이의 계략이었다면? 구렁이 돕다가 모든 걸 알게 된 랑이는 형인 이연에게 가려다가, 아니면 빡쳐서 덤비다가 그대로 죽임을 당한...
모처럼의 한가로운 날을 보내려던 이연은 잠결에 폰을 확인한 후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쉬기는 개뿔. 오늘도 쉬기는 글러먹었네. "하..." 미드를 못 본지가 대체 얼마나 된 거지 싶으면서도 어쩐 일로 탈의파가 자신을 먼저 찾나 싶었다. 여우 누이의 일로 문자를 보내도 씹던 할멈이었는데. 아. 또 누구 잡아오라는 건가. 할멈이 날 찾을 이유라곤 역...
인간과의 피가 섞였다며 요괴들에게 환영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인간과 잘 지낼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다쳐서 피를 흘릴 상황에서도 구미호의 피가 섞였기 때문인지 조금도 다치질 않았다. "히익! 괴물이다! 괴물! 도망가!" 아직도 귓가에 선연히 그 소리들이 맴도는 것만 같았다. 어디를 가도 이방인이었다. 인간들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2D부터 2.5D까지 장르 가리지 않습니다. 물음표 표시가 있는 글은 입맛에 따라 생각하세요. 그러라고 물음표로 둔 글이니. 잘 쓴다고 스스로 생각 안 합니다. 그냥 소소하게나마 읽을만하다면 족해요.
네가 없어진 집은 지독히도 음울하고 적막했다. 24시간 환하게 켜져 있던 촛불들은 이제 더 이상은 타오르지 않았고 늦은 시간에 들어와도 반겨줄 이 하나 없었다.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너를 기억하지 못했다. 네 조카인 덕화도, 너의 신부였던 기타 누락자조차도. “망각은 신의 배려라고 했던가.” 나는 너를 퍽 싫어했다. 첫 만남서부터 내게 상스러운 갓을 썼다...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